필리핀 ‘레갑학교’ 분쟁을 넘어, 영적 지도자 양성의 요람으로

이사장 신명범 장로의 헌신으로 10년 분쟁 종식 권영한 총장, 오랜 분쟁에도 ‘복음 전파’ 위한 설립 취지 수호

세계선교를 향한 한국교회의 복음의 열정이 거룩히 꽃피운 나라, 수많은 선교사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피땀 가득한 울림으로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나라, 바로 그 곳 필리핀에는 기독교 교육을 통해 다음세대의 미래를 도모하는 레갑학교(Rechab Academy)가 있다.

지난 오랜 시간 한국교회가 쏟아부은 필리핀 선교의 대표적 결실로 이제는 필리핀 현지에서도 손에 꼽는 대표 사학으로 자리매김한 레갑학교는 한국교회가 꿈꿔 온 필리핀 복음화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주도할 글로벌 기독교 리더를 양성하는 전초기지로 급부상했다.

지금은 필리핀 기독교 교육의 정점에 자리한 레갑학교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때 한국교회에서도 유명했던 레갑학교의 10년에 걸친 소유권 분쟁은 자칫 학교 폐쇄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매우 심각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쫓겨 건물 밖으로 내몰리고, 무시무시한 용역들이 24시간 진을 치며, 서로를 감시했던 치열한 시간속에 ‘복음 전파’라는 애초의 설립 취지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레갑학교의 분쟁은 출구없는 평행선을 달리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허나 그 순간 학교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역사도 시작됐다. 한국교회와 필리핀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실현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명범 장로(강변교회 원로)가 있었다. 레갑학교의 분쟁을 종식키 위해 하나님이 택한 사람, 그가 바로 신 장로였다.

신명범 장로, 사재 출연해 10년 분쟁 해결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강변교회 원로인 신 장로는 교단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유력한 평신도 지도자로서 교계에서 여러 굵직한 사명들을 감당했다. 먼저 성결교단에서는 성청전련회장, 남전도회전련회장, 장로회전련회장, 평신도협의회장을 거쳐 교단 부총회장까지 올랐으며, 이후 교계에서 한국교회 평신도 최대 단체인 한국장로회연합회의 대표회장과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대표회장을 역임했다. 이뿐 아니라 선교에서 큰 관심을 보여,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곳에 교회를 개척하키도 했다.

오랜 기간 교단은 물론이고, 교계에서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은 신 장로를 하나님께서 레갑학교를 위해 택하심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레갑학교의 분쟁은 심각했고, 웬만한 인물로는 이 일을 감당키 어려웠다.

허나 신 장로는 이미 평생을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헌신하며,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 고령의 나이에 그가 분쟁의 중심에 뛰어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주변의 만류가 이어졌다. 신 장로의 자녀들은 고령에 접어든 그의 건강을 염려해 필리핀행을 반대했으며,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살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신 장로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기력도 쇠한 노년의 자신을 기꺼이 사용하시겠다는 하나님께 무릎으로 감사하며, 자신의 능력이 필요한 레갑학교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향했다. 그리고 모두가 망설였던 분쟁 학교의 이사장직을 맡아 본격적인 화해 행보에 나섰다.

그렇게 그가 필리핀에 직접 와서 본 레갑학교의 상황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했다. 당시 레갑학교는 설립 주최였던 필리핀국제대학교 권영한 총장과 한우리교회 백장흠 목사(현 원로목사)가 서로 간의 문화·행정적 차이, 재정 문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특히 그 와중에 직원과 학생들은 결코 상상치 못할 상처와 아픔을 받아야 했다.

신명범 장로

신명범 장로

신명범 장로는 “오래전 사업을 정리하며, 하나님께 서원했던 것 중 하나가 교육선교였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에 10억 원을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권 총장님을 만난 순간, 왜 하나님께서 나를 이 곳에 보내셨는지 알겠더라”면서 “레갑학교의 어려움을 보며, 오래전 내가 기도했던 하나님과의 약속을 떠올렸고, 이를 실행키로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레갑학교 분쟁 해결을 위해 신 장로가 택한 것은 바로 헌신이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한 상황에 스스로의 재산을 헌신해 분쟁의 타협점을 찾기로 한 것이다. 신 장로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강화도 내 부동산(3층 건물)을 한우리교회에 기부채납하며, 부동산 소유권 문제를 일시에 해결했다. 이후 이사장에 오른 신 장로는 한우리교회에 손을 내밀어, 학교 정상화를 위해 함께해 줄 것을 제안했다. 10년의 분쟁이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신명범 장로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의 대사

오랜 분쟁에 신음하던 레갑학교의 정상화는 신명범 장로와 필리핀국제대학교 권영한 총장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이 만남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신 장로의 필리핀 사역에 바로 여기서 뻗어 나갔기 때문이다.

레갑 학교가 설립되기 전부터 신장로는 권 총장과 함께 현지교회를 세우는 사역에 함께하였으며 그 사역을 통해 서로 신뢰를 돈독히 하였던 것이다. 신 장로는 권총장을 통해 필리핀 복음화를 위한 교회 건축에 나섰다. 처음에는 성결동호회(기성교단 장로들의 모임)를 통해, 그리고 두 번째는 강변성결교회의 두 곳의 교회가 신장로의 주도하에 교회가 건축되었고 두 곳의 교회 모두 권영한 총장의 제자이자 필리핀국제대학교를 졸업한 사역자들이다. 특별히 딸락 지역에 건축된 스위소 강변교회는 신 장로가 이곳을 직접 여러 번 방문하고 대지를 구입한 후 강변교회를 통하여 교회를 건축하였다. 이 교회는 필리핀 현지 내에서도 가장 규모 있는 교회로 성장했고, 이후 이곳을 통해 5개의 지교회가 개척되었을 만큼, 필리핀 거점교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게 쌓인 신뢰관계로 인해 레갑 학교의 분쟁 건이 종식될 수 있었던 것이다.

권영한 총장은 이런 신 장로에 대해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그리스도의 대사”라고 정의했다. 학교의 오랜 분쟁 속에, 누구보다 큰 아픔과 상처를 견뎌야 했을 권 총장은 “신명범 장로를 이사장으로 모실 수 있게 된 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라며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우리 스스로 선을 이루게 하심을 신 장로를 통해 증명하셨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권 총장은 그간 치열한 분쟁 속에서도 레갑학교가 설립목적을 잃지 않고, 기독교 교육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일선에서 고군분투해 왔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필리핀 교육부가 전국 고등학생(고2, 고3)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력평가에서 CALABARZON 전체지역 302개 고등학교 중 종합성적 6위, 언어영역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분쟁을 겪은 학교라고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에 대해 권 총장은 “철저한 신앙교육과 영적 훈련의 결과”라고 말했다. 오직 ‘예수’ 중심의 교육으로 일궈낸 결과라는 것이다. 권 총장은 “우리 학교는 성령의 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배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모든 학업에 있어 예수 중심의 신앙교육이 우선이다”며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위해 나를 부르셨다. 그렇기에 나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레갑학교의 교육 일정도 철저히 신앙에 우선한다. 중·고교 과정의 학생들은 반드시 ICDG(Inner Circle Discipleship Group)와 신앙 소그룹 모임에 참여해야 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 말씀을 나누고 신앙을 공유한다. 또한 방학을 이용해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지역을 찾아 단기선교를 진행하며, 평소에도 소외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권 총장은 학교가 ‘글로벌 기독교 리더 양성’ ‘복음 전파’라는 설립 취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교직원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하고 있다. 재학생 250명, 교직원 36명이 사역하는 레갑학교에서 권 총장은 매주 목요일 전 교직원들 위한 성경공부와 기도회를 이끌고 있으며, 수요일에는 수요 채플을 실시한다. 또한 영어클럽 등 다양한 언어교육프로그램들과 활동에 참여시킴으로써 언어구사능력의 향상을 꾀하고 있다.

현재 레갑학교는 필리핀국제대학교와 같은 안티폴로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성장에 따른 전 교육과정을 오직 기독교 교육으로만 일구고자 한 권 총장의 비전이 투영된 결과다. 권 총장은 “오래전부터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하나님의 교육을 해야겠다는 비전을 품어왔다. 레갑학교와 필리핀국제대학교의 연계로 능력 있는 영적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는 모든 체계가 완성됐다”며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질투와 시기, 오해와 거짓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상에서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믿고 의지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담담히 전했다.

한편, 권영한 총장은 지난 1991년 필리핀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년째 필리핀에서 교육 사역을 펼치고 있다. 권 총장은 필리핀국제대학교를 성장시킨 것은 물론, 120여 개의 현지교회 개척, 30개의 유치원, 5개의 초등학교, 3개의 고등학교 등을 설립하며 필리핀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 공헌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필리핀대학교육협의회가 수여하는 교육 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필리핀대학교육협의회는 필리핀 내 1,000개 대학의 교수와 이사 대표로 구성된 최고 권위의 단체로, 매년 대학교 경영과 교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과 성과를 거둔 총장을 선별해, 경영자상을 수여해 오고 있다.

당시 필리핀 대교협 회장이었던 마그판타이(Magpantay) 박사는 권 총장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필리핀에 학교를 세워 그동안 많은 젊은 인재들을 배출하여 필리핀의 각 지역과 각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서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활약하고 있다”며 “필리핀 최초로 한국학과를 개설하는 등 학교 운영의 탁월함을 보여줬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현재 필리핀국제대학교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캄보니아, 차드, 감비아 등 동남아시아 각 지역에서 유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필리핀 교육부로부터 최초로 목회학박사과정 학위를 인가받았고, 필리핀 최초의 한국학과는 졸업생 전원 100% 취업을 보장하는 최고 인기학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